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경기입니다.
1998 프랑스 월드컵 16강,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
프랑스 월드컵 16강전에서 펼쳐진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의 맞대결은 월드컵 역사상 최고의 명경기 중 하나로 꼽히는 세기의 라이벌전입니다.
단순히 월드컵 토너먼트 한 경기였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마라도나의 '신의 손' 이후 이어진 두 나라의 라이벌 의식, 어린 천재 마이클 오언의 폭발적인 질주, 그리고 데이비드 베컴의 퇴장까지….
개인적으로 이 경기를 다시 볼 때마다 "축구는 정말 한순간에 영웅도, 죄인도 만들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경기 전부터 이미 전쟁 같았던 분위기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는 월드컵에서 만날 때마다 항상 특별했습니다.
1966년 논란의 판정, 1986년 마라도나의 '신의 손'과 '세기의 골'.
이전 맞대결만으로도 감정의 골은 깊었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다시 만나자 전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당시 전력도 거의 비슷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 3전 전승으로 올라왔고, 잉글랜드 역시 루마니아전 패배를 제외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누가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은 경기였습니다.
시작부터 골 폭죽
경기는 예상대로 엄청난 난타전이었습니다.
초반 바티스투타가 강력한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아르헨티나가 먼저 앞서갔습니다.
하지만 잉글랜드도 곧바로 반격했습니다.
당시 18살이었던 마이클 오언이 엄청난 돌파로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시어러가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언은 월드컵 역사에 남을 명장면을 만들어 냅니다.
중원에서 공을 잡은 뒤 아르헨티나 수비수들을 그대로 제쳐 버리며 환상적인 골을 터뜨렸습니다.
지금 봐도 "18살이 맞나?" 싶을 정도의 플레이였습니다.
하지만 모든 흐름을 바꾼 베컴의 퇴장
이 경기를 이야기하면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장면은 역시 데이비드 베컴의 퇴장입니다.
전반 종료 직전, 넘어진 상태에서 시메오네를 향해 다리를 뻗은 베컴.
크게 가격한 장면은 아니었지만 시메오네는 재빨리 넘어졌고, 주심은 곧바로 레드카드를 꺼냈습니다.
지금처럼 VAR이 있었다면 어떻게 판정됐을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시에는 주심의 판단이 전부였습니다.
솔직히 다시 보면 베컴도 경솔했고, 시메오네도 정말 노련했습니다.
축구에서는 이런 심리전도 실력이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이 장면이 딱 그런 사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10명이었지만 잉글랜드는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놀라웠던 건 그 이후였습니다.
한 명이 부족한 잉글랜드는 생각보다 훨씬 단단했습니다.
솔 캠벨, 토니 아담스, 개리 네빌 등 수비진은 몸을 던졌고, 시어러와 오언도 계속 압박하며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경기를 다시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바로 여기였습니다.
퇴장 이후 흔들릴 줄 알았던 팀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한 명이 부족한 팀 맞나?" 싶을 정도로 조직력이 살아 있었습니다.
당시 글렌 호들 감독이 경기 후 남긴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는 경기 방식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열 명으로도 사자처럼 싸웠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그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또 승부차기…
120분 혈투 끝에 경기는 2대2.
승부는 결국 승부차기로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잉글랜드에게 승부차기는 늘 악몽 같은 존재였습니다.
결국 아르헨티나가 승부차기에서 4대3으로 승리하며 8강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잉글랜드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았고, 가장 힘든 시간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베컴이었습니다.
한순간에 '국민 역적'이 된 베컴
지금 생각하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당시 베컴은 겨우 스물세 살이었습니다.
젊은 선수였고, 순간적인 감정을 이기지 못해 실수를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영국 언론은 베컴을 거의 모든 패배의 원인처럼 몰아갔고, 팬들의 비난도 엄청났습니다.
축구 선수라는 이유로 감당하기엔 너무 큰 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행히 베컴은 이후 더 강한 선수로 성장했고, 2002년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결승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어느 정도 아픔을 씻어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이유
축구에는 명경기가 많지만, 이 경기는 조금 특별합니다.
화려한 골, 논란이 된 판정, 퇴장, 승부차기, 그리고 한 선수의 인생을 바꾼 순간까지 모두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경기를 다시 볼 때마다 "축구는 결국 사람이 하는 스포츠"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는 영웅이 되고, 누군가는 실수를 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이 모여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월드컵 최고의 명승부가 된 것이 아닐까요.